몰입 – Attachment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


거의모든것의경제학캡쳐

 

 

 

 

 

 

 

 

 

 

인생의 행복은 억지로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몰입이 없이는 인생에서 어떤 종류의 행복은 깨닫기 어렵다. 그런데 대개 몰입이란 나쁜 것이다. 따로 훈련과 노력없이 몰입하는 대상은 흔히 쉽고 편하면서 유익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도박, 게임, 만화, 무협지 다위는 몰입에서 깨어났을 때 몰입 전에 비해서 정신이나 신체 상태가 나빠지는 대상이다. 물론 수학자나 음악가 또는 과학자는 생산적인 몰입에 빠진다. 그들이 작품이나 논문에 몰입하는 이유는 그것이 쾌감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몰입은 몇몇 타고난 천재를 빼면 고도의 노력과 훈련 없이는 하기가 어렵다.

그럼 무엇이 나쁜 몰입과 좋은 몰입을 결정할까? 나쁜 몰입을 할 때는 뇌가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뇌를 잘 움직일 수 없다. 좋은 몰입은 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게임을 하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몰입한 채 밤을 새우면 아침에 남는 건 피곤 뿐이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게임의 구조를 분석하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최대한 생각하면, 밤을 새우는 과정은 비슷할지 몰라도 몰입에서 깨어났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중에서

 

몰입에 대해 블로거 바하문트가 올린 글을 김동조 님께서 인용한 부분을 그대로 담아보았다.

몰입이란 단어는 21살 당시 군생활 때 읽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전기에서 처음 제대로 접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로는 attachment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당시 그것의 의미를 정확히 견주기엔 많이 부족했었으나, 어감이나 의미에서 모두 왠지 모를 호감이 샘솟는 단어였다. 어떻게든 앞으로의 나에게 중요한 단어가 될 것 같아,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두리라 했었는데, 십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이 ‘몰입’이란 단어는 내게 가장 의미있는 것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뭐든 몰입하는 건 세상 나쁠게 없다고 본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던 나쁜 몰입의 범주, 심신을 해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경계는 당연히 늦추지 않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여태껏 내게 피와 살이 되고 여러모로 기회를 주었던 대부분의 시간들은 몰입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몰입은 내게 주어진 삶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몰입 레시피를 가지고서 언제든 내게 주어진 좋고 싫은 미션들을 향해 지극히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여기서 한단계 더 향상된 방식을 그려 본다면, 이러한 스스로의 몰입 레시피를 무의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 내내 몰입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 자체가 몰입의 범주를 벗어난 것일 수 있겠지만, 자연스레 내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들을 향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잘’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에만 몰입할 줄 아는 것보다 해야 할 것들에 몰입할 줄 아는 법을 좀더 갈고 닦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