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경쟁) 복지와 생산성은 두마리 토끼가 아니다.


맹찬형 특파원이 쓴 “따뜻한 경쟁”이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생산성과 복지정책에 대한 이일청 박사의 실증적 코멘트를 잠깐 소개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복지 국가로의 발전은 이 나라들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이전부터입니다. 복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진작하여 ‘복지 지출-소비, 고용 및 생산성의 증가-내수 진작-생산량 증가-복지를 위한 세원 창출-복지 지출’ 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의 발전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그 핵심에는 거시 경제의 안정과 국민 통합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의 순환 구조를 정착시킨 노사정 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처했을 때, 보수주의자는 과도한 복지가 경제성장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복지 축소를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심지어 사회민주주주의자에게도 반향을 일으켜 부분적인 복지 축소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다시 정상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하였을 때, 스칸디나비아의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는 과연 복지 지출의 삭감이 경제성장을 추동하였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됐고,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보수주의자의 주장과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첫째, 복지 지출이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둘째, 부분적인 복지지출 감소는 다른 부분에서의 복지증가로 상쇄되었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스칸디나비아의 복지 레벨은 감소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조금 증가하였습니다. 셋째, 경기 사이클의 하강 국면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데는 교육과 직업훈련 등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복지 지출이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중략)

재정지출 내역을 검토할 때 화폐단위로 환산 가능한 것만 효용으로 계산하는 방식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화폐단위로 계산되지 않는 외형 또는 파급효과가 무수히 존재합니다. 특히 복지가 만들어내는 외형에는 화폐단위로 표현되지 않는 공공재가 더 많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교육의 기여, 전염병 예방에 대한 공공 위생의 기여, 불평등 감소에 대한 사회 통합의 효과 등은 수많은 사회과학 서적에 의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 상식에 해당하는 내용이 재정지출을 논의할 때는, 거의 완벽하게 무시됩니다. 잘 교육받은 고교 졸업자 한명이 선거 부정으로 낭비되는 돈을 얼마나 절약하게 하는지, 학교의 깨끗한 화장실이 인플루엔자 백신 사용을 얼마만큼 절약하게 하는지, 보다 균등한 임금이 파업 일수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게 하는지는 세출의 효용성 계산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급진적 지혜(Radical Wisdom)가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던 G20 개최의 경제효과-몇 조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를 계산할 만큼의 투자만 한다면, 복지 세출이 얼마만큼 생산성을 가져오는가에 대한 계산은 그리 대단한 급진적 지혜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브라질의 루이스 아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던졌던 의문이 떠오른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하는가?”

각종 수치,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기준을 대고 평가하고 위안을 삼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사람이 중심이 되어 생산이 이루어지고 그것의 보이지 않는 효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수요와 공급곡선에 자를 대어 해결하려고만 하는 실업과 환경보전 등과 같은 난해한 정책적 이슈를 풀기 위한

충분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선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이 곳에서 그것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충분히 쳐다보고 있기도 하다.

행복과 따뜻함, 배려, 나눔, 공존 등과 같은 단어의 의미를 더 이상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들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생산력과 파급력이 이제 다음 시대의 화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이상 복지와 생산성을 양 끝에 놓고 잡아야 할 두마리 토끼로 보지 않고 생산성을 획득한 복지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